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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에 박지성이, 한국 피겨에 김연아가 있었던 시기. 지금 부산 애니메이션 업계는 딱 그 시기입니다.”
부산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반달의 대표이자 초대 부산애니메이션협회장을 맡은 류수환(50) 회장의 ‘오늘의 부산 애니메이션’ 평가다. 류 회장은 1993년 애니메이션업계에 입문한 후 백석대, 동명대에서 교수로 활약하다가 2009년 스튜디오반달을 만들었다. 류 회장은 부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두 개나 공중파를 탄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지성’이라는 이름이 나온 이유다.
지역 캐릭터, 지역 사랑받아야
해운대·송도 등 관광지 안내
벽화 제작에도 애니 활용 기대
“우리가 만든 ‘달그락 달그락 꼬마돌 도도 시즌2’와 ㈜스튜디오인요의 ‘에그구그’가 올해 MBC와 SBS에서 방송될 예정입니다. 이 일 때문에 전국적으로 부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높습니다.”
이번 ‘사건’이 전국에서도 화제인 이유는 2015년 류 대표가 제작한 ‘달그락 달그락 꼬마돌 도도 시즌1’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희소식이기 때문. 부산에서 활동하는 업체는 10여 곳에 불과해 광주보다도 산업 규모가 작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두 개나 동시에 방송을 예약했으니 대박도 이런 대박이 있을 수 없단다.
“처음에 우리가 방송을 했을 때만 해도 방송사에서 네 번이나 찾아왔어요. 뒤에 안 이야기지만 ‘부산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가 있나’하고 의심이 들어서 그렇게 방문을 했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류 회장은 부산 애니메이션이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동안 부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사실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TV에 나오는 캐릭터가 부산에서 만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시민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겁니다.”
류 대표의 목표는 지역 캐릭터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마치 일본 구마모토현을 대표하는 캐릭터 ‘쿠마몬’처럼 말이다.
“부산에는 참 많은 벽화가 있는데 사실 지역 캐릭터가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사실 속내를 좀 더 비추자면 부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부산의 대표 관광지 해운대, 광안리, 송도, 남포동 등에서 안내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류 대표의 숨은 바람도 있다. 교수 출신이었던 그는 제자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부산에는 무려 6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인재를 육성하지만 일할 제작사 수는 매우 적다.
“부산의 인재는 많지만, 산업 자체가 모두 떠나고 있어요. 부산 애니메이션이 활성화되면 지역 인재들이 지역을 위해, 지역에서 일할 수 있을 겁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